이번 경시대회 결과가 나오기 전, 볼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시험을 봤으니 결과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교환교수로 캘리포니아의 대학에서 연구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가족과 미국에서 보냈던 시간을 간단히 시험해보는 것으로만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대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순간 안도의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 동안 영어와 놀 듯 공부한 시간이 준 작은 선물이 감사하고, 그 시간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 다시 한번 확인 되어 다행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여느 학생들처럼 영어를 접해온 저는 영어를 한글만큼이나 좋아합니다. 수많은 단어들이 무한한 조합을 이루어내면서 만드는 작은 의미 하나하나를 모두 알고 싶은 마음에 영어 책을 읽고 파헤치는 것이 즐거운 습관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의 한 해 동안 한국에서 하던 공부에 밀려 읽지 못한 책들을 마음껏 읽고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릅니다. 어렸을 때 읽은 Clements나 Roald Dahl 책들을 다시 새기며 드는 새로운 생각들을 즐거워하고, 문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책들은 실컷 비판하고, Louisa May Alcott의 소설들 같이 단어들이 조성하는 분위기가 짜릿하도록 아름다운 책들은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면서 배운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단어들을 골라 작문을 해보기도 하고, 독서 토론 선생님과 책의 주제에서 나아가 작가가 선택한 단어의 깊이에 대해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즐거움이 한국에서도 빛을 발하였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경시대회를 포함한 여러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얼마 전 IET 에서도 본선 대상을 받고 TEPS 점수도 950점대가 나왔기에 이번 성대 경시는 별 준비 없이 가볍게 치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기출문제집으로 대강 유형을 익히고 실수 빈도를 줄인 뒤 시험을 치를 때는 시간이 40분 정도 남아서 실수가 없도록 문제를 거듭 살폈습니다. 그렇게 담담하게 대회에 참가한 결과가 대상이기에, 더욱 제가 유례없는 흥미를 느끼는 영어가 좋아지고 감사한 기회가 된 것 같아 정말 좋았습니다.

  미국에서 개인적으로 계획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게 공부한 것이 경시대회 등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의심이 들기도 했고 실력이 뛰어난 많은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떠한 상대적 모습일지 불안하기도 하였는데, 이번을 계기로 제가 지금까지 영어와 놀았던 방법이 헛되이 즐겁지는 않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영어라는 언어에 대해서 더 깊은 이해를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 더 많은 책들을 파헤치고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도 굳힌 것 같아 여러 모로 뜻 깊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