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성균관대학교 주최 수학 경시대회를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16회째 응시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7년만에 다시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그 동안 여러 차례 시험에 응시했지만, 시간이 부족하여 쉬운 문제에서 계산실수를 할 때가 많아 늘 아쉬운 부분이 남아 있었다. 물론 이번 시험에서도 계산실수로 정답률이 높았던 2문제를 틀려 93점을 획득했지만, 전반적인 난이도가 상당히 어려워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이번 시험은 중간고사 대비기간과 날짜가 겹쳐 충분한 공부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치르게 되었다 (여기서 공부란, 그동안의 기출문제를 풀며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실력을 측정한다는 마음만으로 편하게 시험에 응했는데, 신기하게도 가장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아마도 이것은 평소에 끊임없이 축적해 놓았던 ‘사고(思考)’ 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흔히 우리는 ‘수학(數學)’에서 효과적인 공부방법을 이야기할 때 ‘오답노트 만들기’, ‘반복하여 문제풀기’, ‘유형 중심의 문제풀이’, ‘최대한 많은 문제 접해보기’ 등 다양한 방법에 대해 거론한다. 각각의 방법은 효과적일 수도 있고, 비효과적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아직 완벽히 성숙하지 못한 중학생으로서 무엇이 좋다고 추천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추천해줄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의 적용은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대신 ‘수학(數學)’이라는 학문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끊임없이 사고(思考)하는 사람만이 수학을 잘 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나의 절대적인 신념이다.

1. 수학과 나

  잠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충북 청주시에 살았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숫자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자동차 번호판, 도로 번지수, 엘리베이터, 계산기, 공중전화버튼 등에 푹 빠졌다고 한다. 숫자에 지나치게 관심이 많다 보니 외할머니께서 계산기를 버리시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고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우연히 이 경시대회를 접하게 되었고, 첫 시험에서 전국2위(금상)를 한 것이 나의 수학실력 향상의 시발점이 되었다. 이것을 계기로 아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사고력수학’을 공부하면서, 하나의 수학적 사건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해보는 연습을 하였다. 저학년 때에는 문제집을 풀고 나면 아빠가 틀린 문제를 스캔 받아 오답노트로 만들어 주시고, 이 오답노트에 난이도·복습횟수·틀린이유·관련개념 등을 기록하여 많은 도움을 얻기도 했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에는 수학학원에 다니지 않고 혼자 계획을 세워서 학기 중에는 제 학년 심화문제집을 조금씩 풀고, 시간 여유가 많은 방학 중에는 선행학습을 하였다. 혼자 공부를 하다 보니 정확한 개념을 이해해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문제들을 풀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력’은 더욱 향상되었고, 마침내 5학년 2학기 한국수학경시대회(KMC)에서 초등학생 전체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한편 초등학교 5~6학년 때 청주교대영재교육원에서 수학 기초·심화 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토론식 수업을 하며 창의적인 생각들도 많이 하게 되었고, 다른 친구들과 의견을 교환하면서 수학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과정을 통해 논리력을 기르기도 하였다.

  청주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 진학을 위해 서울 대치동으로 이사를 왔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영재교육원에 입학할 기회는 놓쳤지만, 여전히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수업에 충실하면서도 천천히 선행학습을 나가고 있고, 또 각종 경시대회에도 참가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고 있다.

2. 사고(思考)

  다시 초반부의 이야기로 돌아가보자면, 수학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듯이 ‘사고(思考)’이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전에 친구들이 나에게 어려운 수학문제를 질문한다. 그러면 내가 풀어준다. 그 문제를 풀게 되면 나의 수학 실력은 향상된다. 하지만 질문한 친구의 수학 실력은 향상되지 않는다. 풀이를 알려주는 것은 해설지를 보고 이해하라는 이야기와 하등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대신 나는 친구들이 ‘이 문제를 통해 다른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도와준다.

  방법은 다음과 같다. 매우 어려운 문제를 질문할 때, 먼저 문제를 교육과정과 연관시켜 출제 의도를 파악하게 하고, 원하는 풀이과정을 시도해 보라고 한다. 그 풀이과정이 옳으면 풀이과정과 원리를 연결해 주고, 풀이과정이 틀렸다면 왜 틀렸는지 생각하게 해 본 다음에 올바른 논리로 답을 유도하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그 풀이과정이 어떻게 응용되는지까지 생각하게 도와준다. 이것이 바로 ‘사고(思考)’라는 것이다.

  수학 문제를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푸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모든 사고를 하나의 방향으로만 정렬시켜, 정작 사고력을 요하는 문제를 접했을 때 ‘파괴된 뇌’를 ‘뇌의 강력한 적’과 대항시키는 기이한 현상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모든 문제에 의미를 부여하고, 끊임없이 생각하는 ‘뇌’만이 ‘뇌의 강력한 적’과 정정당당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서 - 비록 나의 수학실력이 최고는 아니며 언제나 겸손으로 회귀(回歸)할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하는 상황이지만 - 이것 하나만큼은 나 자신의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한다. ‘학교수업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학교수업과 사고력이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생각해보면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사고력을 확장시키려면 수학적 상황과 용어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확립되어 있어야 하는데, 정확한 개념을 학습하는 것은 학교수업과 교과서를 통해 가장 확실하게 이루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학이 아니라도 학교에서 배우는 다양한 과목들과 여러 종류의 수행평가들을 통해 사고가 깊어지게 되고, 이러한 사고는 필연적으로 수학적 사고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3. 시험과 수학, 그리고 겸손으로의 회귀(回歸)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나의 친구들과 후배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수학 시험공부 방법을 설명하고 싶다. 물론 아직 고등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수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겸손에서의 일탈’이고, 내신 또한 각 학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수학 실력의 향상을 통해 어떠한 시험에서든지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일 뿐이다.

  수학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앞에서 언급한 ‘개념의 습득 - 사고 - 적용’의 과정이 수만 번 반복돼야 한다. 짧은 기간 내에 수학 실력을 올리는 방법은 없다. 물론 내신 같은 경우에는 빨리 점수를 올릴 수 있지만, 진정한 의미에서의 학력(學力)은 발전할 수 없다.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나도 지금까지 부단한 노력을 하며 수학에 3000시간 이상을 투자했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목표를 세워 놓고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시험을 위한 수학 공부’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의 시험을 위해서만 하는 공부는 극히 피상적이다. 예컨대, 이 경시대회를 보기 위해 평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시험 며칠 전부터 기출문제를 풀어보는 것은 추호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게, 그리고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그러면 언젠가는 우리가 시험을 지배하게 되는 날이 온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자세는 ‘겸손’이다. 성적이 아무리 극상위에 올라와 있어도 자만하지 말고 한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나 역시 수학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번 시험에 출제된 8번 문제가 대표적인 예이다. 나는 이 문제를 푸는 방법을 몰라 단순 계산을 통해 10분에 걸쳐 답을 도출해냈다. 다음날 학교에 가서 친구에게 이 문제를 소개해 주었더니 그는 새로운 방법으로 1분만에 문제를 풀었다. 물론 그는 나보다 수학 실력이 뛰어나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올바른 접근을 하지 못하였고, 이로 인해 빼앗긴 9분은 틀린 2문제를 충분히 검토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모든 공부에 임해야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다시 겸손으로의 회귀(回歸)가 필요한 상황이다.

  끝으로 나를 열심히 키워주셔서 이렇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외할머니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