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경시대회를 보러간 날, 아침부터 안절부절 불안해했다. 그 전날까지는 실수만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나는 어디 갔을까. 괜히 시험이 너무 어려우면 어쩌지, listening 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하면 어쩌지 등의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시험 시간이 다가오자 나는 더욱 초조해했다. 시험장에 가서는 공부했던 문제집을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고 틀린 연습 문제를 수없이 확인했다.

그러나 걱정한 만큼 시험결과는 잘 나왔다. 뜻밖에도 대상을 탄 것이다. 솔직히 경시대회를 처음 나가보는 것이라서 큰 상은 기대하지 않았다.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금상, 아마 은상이나 동상을 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대상을 타니까 무척 기뻤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고, 무엇보다 내 자신이 만족스러웠다.

나는 내가 왜 처음 본 경시대회에서 대상을 탔는지 생각해 보니 답은 좋은 영어학원이나 문제집도 아닌 집에서의 습관이다. 나는 미국에 태어나서 7살 때부터 우리나라에 처음 살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계속 외국인 학교를 다녔다. 덕분에 똑같은 교육을 받은 동생과 영어로 대화하기 시작했다. 집에서도 학교와 같이 한국어 대신 영어를 사용했고, 영어 교육을 장려하는 가족들과도 영어를 사용했다. 그러나 한국사람으로서 한국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가족들의 바람으로 한국초등학교로 옮기게 된 지금까지도 나는 집에서 동생과는 영어를 한다. 나는 국어수업도 무척 좋아하고 학교생활도 무척 즐겁게 한다. 집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일종의 나의 취미생활이다. 강요도 아닌 나의 의지로 영어를 쓰는 이런 나를 보고 어떤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나는 영어를 쓰는 것이 무척 자연스럽다.

또 나는 영어로 된 책을 주로 읽는다. 나는 원래 독서를 좋아하지만, 영어로 되는 책들을 편독하는 경향이 있다. 집에 있는 대부분의 책들은 영어로 되어있고, 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책들이다. 나는 Harry Potter, Percy Jackson 등의 판타지도 즐기지만, Hatchet, Animal Farm 등의 조금 더 진지한 책들도 좋아한다. 그 밖에도 O’Henry’s Short Stories, Tom Sawyer를 포함한 고전들도 많이 읽는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영어에 더욱더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어휘량 또한 꾸준히 늘게 되었다.

영어는 나에게 언제나 친구 같은 존재였다. 한국어를 주로 쓰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어는 꼭 공부해야 하는 필수과목에 불과했지만, 나에게는 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진짜’ 언어였다. 성균관대학교 경시대회를 보면서 나의 영어 실력을 검증해 보고 공부하면서 나의 모자란 점을 보완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계속해서 영어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