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봄 31회 대상을 받은 짜릿한 감동을 놓지 못하고 32회 또 도전해보았다. 이번 시험을 보러 갈 때는 이번에도 꼭 대상을 받고야 말테다 하는 그런 생각보다는 내가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는 문제들로 실력 점검하는 차원에서 보게 되었다. 이번에도 시험을 끝내고 나와서 생각해 봤을 때 딱히 틀릴만한 문제가 안 보여서 백점 받을 줄 알았는데 계산 실수도 하나 하고 4점짜리도 하나 놓쳤다. 틀린 이유는 아마 전기 때 꼭 상을 받아야겠다는 간절함 같은 게 부족했던 탓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 비우고 있었는데 다시 대상소식을 들었다. 이번에는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전기 때 느꼈던 그 감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시험 두 번 연속 고득점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꾸준히 하고 있는 수학공부가 컸던 것 같다. 성대 경시 문제들의 상당수는 경우의 수 세기나 식만 잘 세우면 끝나는 단순계산 문제이다. 예를 들어, 이번 시험 30번 문제가 1부터 2016까지 2016과 서로소인 수들의 개수를 구하라는 문제였다. 정석적인 풀이는 2016을 소인수분해해서 2의 배수, 3의 배수, 7의 배수를 제하고 6의 배수, 21의 배수, 14의 배수를 더한 후, 다시 42의 배수를 빼는 방법이지만 오일러 파이 함수에서 값만 계산하면 답이 나오기에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었다. 이런 것처럼 많이 나오는 상황, 예를 들어 개 중에 개를 취하는 경우의 계산법만 외워서 가도 큰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어쩔 수 없이 계산실수는 한 두 개씩 발생하기 마련이므로 한 문제를 풀 때마다 검토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한 몫을 한 것 같다. 엊그제 KMO 2차도 보았고 이제 다시 초심, 대상에 도전 할 때의 그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내가 올라가고 싶은 큰 산 정상으로 가는 길에는 작은 언덕 큰 언덕 들이 있는데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기쁘기도 하고 때론 살짝 넘어지기도 해서 아프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난 계속 정상으로 올라가고 있고 멈추지 않을 것이다. 언덕 하나 지나 또 새로운 언덕을 만나는 기분으로 새롭게 목표를 향해 시작 할 것이다.

지난 수상소감에 쓰고 싶었는데 초등1학년 때 금상을 받아서 할머니와 함께 시상식에 참석했었다. 그때 할머니께 다음에는 대상받아서 또 할머니랑 올께요! 했는데... 작년 가을에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 올해 대상을 두 번이나 받았는데... 할머니랑 시상식에 다시 함께 못 와서 무척 서운하고 마음 아프지만 천국에서 늘 지켜보시며 기도해주실 것을 믿고 감사하며 부모님과 여러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