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즐거움은 어디에서 오는가’ 다음의 여섯 가지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저는 모든 시험에서 어떤 상을 목표로 임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저에게 상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시거나 공부에 어떤 조건을 제시한 적이 없으십니다. 경시대회는 대략의 범위는 있지만 단원도 순서가 정해져 있지 않고 어떨 때는 학년도 뒤섞인 그런 문제가 출제됩니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어떤 문제를 출제하셨을까?’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 크기 때문에, 시험을 보는 동안 무슨 상을 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와 이 단원이랑 이 단원을 이렇게 섞어서 출제할 수도 있구나!’ 라던가 ‘이 문제는 숫자를 크게 해서 중학생 형들 시험에 내도 좋겠는데?’하는 생각을 하면서 문제 자체에만 집중합니다. 그래서 시험 문제 자체가 재미있게 느껴지고 그 시간이 뭔가 미션 수행하는 것처럼 즐겁고 금방 지나갑니다.

둘째, 저는 매일 공부를 하는 것은 맞지만, 숙제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숙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상 수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제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수학 공부 모임의 형,누나들과 매일 줌을 열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주말에는 오전 8시부터 밤 12시 또는 새벽 1시까지 공부하니까 평균적으로 매일 11.142857시간을 공부합니다. 이 시간 동안 저는 학교 과제를 제외하고는 타인이 내준 숙제가 아닌 제가 계획한 공부를 합니다. 요즘 이것을 ‘혼공’, ‘순공’이라고 표현하던데, 저는 말 그대로 공부 과목과 분량, 순서, 시간을 모두 제가 계획하고, 일정 기간을 주기로 셀프 백지 테스트를 하여 공부 내용을 100퍼센트 성취했는지 스스로 점검합니다.

셋째, 저는 문제를 풀 때 해설지를 보지 않습니다. 수학 개념을 공부하고 정리할 때는 책이나 강의를 찾아 반드시 정확한 내용을 공부해 둬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 때는 끝까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 번에 맞은 문제는 혹시 다른 풀이가 있는지 제가 먼저 sol2, sol3를 써보고 나서, 해설지를 확인합니다. 하지만 틀린 문제는 해결이 될 때까지 며칠이 걸릴 때도 있고, 한 달 후에야 해결한 적도 있지만, 꼭 끝까지 해설지를 보지 않고 풉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고 답답할 것 같다고 하실 수도 있는데, 한 번 경험해 보시면 문제가 해결됐을 때의 짜릿함이 엄청 크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수학적으로 스스로가 많이 성장했다는 확신이 생길 겁니다.

넷째, 학교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공부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은 운동에 할애합니다. 저는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 말씀을 경청하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학생의 본분이라고 생각해서 한 번도 제 공부거리를 학교에 가져간 적이 없고, 학교 수행평가나 과제, 전교 회장으로서 학교 자치회 준비와 임원 활동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또 태권도 시범단은 지금 안 한 지 몇 년 되었지만, 축구, 농구, 수영, 펜싱을 유치원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하며 1일 1운동을 하고 있는데,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친한 친구들과 운동하는 것이 공부할 때 정말 큰 에너지가 됩니다.

다섯째, 저는 솔직하게 공부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수학 공부를 해보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나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진심으로 공부하고, 공부 성과에 대해서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아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그 말씀이 저에게 정말 좋은 가이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4년 동안 수학 공부를 해보니까, 요령을 부리거나, 아는 척, 잘하는 척, 잘난 척하는 것보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아는 것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진짜 아는 건지 스스로 되돌아보고, 겸손한 태도를 가지고, 나보다 잘하는 친구를 인정할 줄 아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그래서 매일 공부를 시작할 때나 대회에 나갔을 때, 결과가 나왔을 때, 솔직하게 진심으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여섯째, 저는 수학 공부를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대경시 대상 수기의 주인공들 중에는 저와 친한 형들이 많습니다. 이미 IMO 후보가 된 형들도 있고, 영재고나 과학고, 자사고에 합격한 형들도 있고, 고등학교 입시를 준비하면서 KMO에서 엄청난 성적을 내고 있는 유명한 형들도 있습니다. 모르시는 분들은 그 형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서 어두운 얼굴로 엄청나게 많은 숙제를 하며 수학 공부를 하고 있을 거라고 오해하실 수도 있습니다. 믿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저희는 수학으로 쉬고, 수학으로 농담도 하고, 수학으로 노래나 물건도 만들고, 수학으로 글도 쓰고, 한마디로, 수학으로 놉니다. 모두 개그맨보다 웃기고 여느 예능프로그램이나 게임보다도 재미있습니다. 흔히 가진 편견과 다르게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착하고, 겸손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수학을 합니다.

저는 중등부 KMO를 잘 마무리하고 현재 고등부 KMO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등부 KMO는 중등부 KMO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처음 KMO를 시작했을 때, ‘수학이 이렇게 더 재미있어진다고?’ 하며 감탄 아닌 감탄을 했었는데, 지금은 KMO를 공부하는 것이 pi^e배는 더 재미있어졌습니다. 공부하면 할수록 기하라는 분야가 정말 흥미롭습니다. 대수, 정수, 조합도 당연히 좋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기하를 가장 좋아합니다. 문제에 따라 그린 그림을 보다가 좋은 성질을 찾으면 순간, 스스로에게 감탄합니다. 조화점열, 한 원, 일직선, 육점공선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요즘 풀고 있는 기하 문제들은 한 문제를 푸는데 최소 30분, 길면 4~5시간씩 소요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 고민하다 해결하면 그때의 쾌감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꾸준히 고등부 KMO 공부를 이어 나가서 꼭 IMO 대표로 선발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를 항상 응원해 주시는 많은 분들과 저를 자랑스럽다고 최고라고 말해주는 내 친구들, 매일 함께 신나게 공부하는 공부 모임 형,누나들, 그리고 수학 공부에 있어서 저의 모든 선택을 항상 옳다고 말씀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믿어주셔서 고맙습니다.